"내 땅 뺏기나" 공포에 휩선 농촌… '농지 전수조사' 후폭풍과 제도 보완의 과제

서문성 기자

등록 2026-09-30 16:02

"투기 잡는다더니, 평생 흙 만져온 고령 농민들만 잡는 꼴 아닙니까."

"우리가 투기꾼인가"… 커지는 현장의 불안감


최근 관계 당국이 농지 질서 확립을 명목으로 대규모 전수조사와 강력한 처분 명령 방침을 꺼내 들자, 농촌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임대차 농지나 고령·질병으로 불가피하게 휴경 중인 농지까지 무차별적인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 채 남의 땅을 빌려 경작하는 임차농들의 타격이 크다. 조사 여파로 지주들이 계약을 꺼리거나 회피하면서 당장 내년 농사지을 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SNS 등을 통해 확산한 왜곡된 정보와 급격한 행정 속도전은 고령 농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투기 차단 vs 생존권 침해, 엇갈린 쟁점


야당과 농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투기 목적의 법인이나 외지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명분이 정작 평생을 농업에 바친 고령 농민과 일반 농가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 지자체의 유연한 재량에 맡기던 처분 관련 조치가 의무화되면서 현장이 느낀 행정적·재산적 충격은 상당했다. 


실경작 중심의 질서 확립이라는 정책적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특수한 현실과 관행을 외면한 획일적 잣대가 갈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부·당정, "피해 없도록 하겠다" 진화 나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당정은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투기성 농지는 엄단하되, 선량한 농민들의 피해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거듭 밝히며 보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당정이 검토 중인 핵심 방향은 '투기'와 '관행'의 명확한 구분이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짓 영농계획서 제출 및 방치 등 명백한 투기 행위는 엄단하되, 상속·이농·고령·질병으로 인한 불가피한 휴경이나 오랜 관행에 따른 임대차는 처분 및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무조건적인 처분 압박 대신 현장 농민들이 제도를 이해하고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계도 기간과 연착륙 장치를 마련하고, 30년 넘게 방치된 낡은 농지법을 전면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짚어봐야 할 과제


정부의 후속 보완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농촌 현장의 불신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 근절이라는 개혁의 칼날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장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일관된 구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급변하는 농업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제도는 결국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 논란이 한국 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농촌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지 정부의 후속 행보에 농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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