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때쯤, 달력은 가을의 문턱인 '백로(白露)'를 가리킨다. '흰 이슬'이라는 이름처럼 이맘때면 밤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떨어져 풀잎마다 영롱한 이슬이 맺히고 가을의 기운이 완연해진다.
옛사람들은 이 시기를 5일씩 세 구간으로 나누어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떠나며,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는 자연의 순환을 세심하게 살피었다.
농부들에게 백로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판가름하는 초조하면서도 소중한 때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는 이삭이 패고 여물어야 하기에, "백로 전미발"이라는 속담처럼 이 시기를 놓치면 쭉정이가 되기 십상이었다.
또한 백로 전후의 바람은 벼에 해를 끼친다고 여긴 반면, 8월 백로에 내리는 비는 대풍의 징조로 반겼다.
고된 여름 농사를 잠시 내려놓는 이맘때, 농가에서는 조상의 묘를 찾아 정성껏 벌초를 하며 가을을 맞이했다. 이슬방울 하나에 가을의 깊이를 담아내는 백로는, 자연의 섭리에 의지해 묵묵히 삶을 가꾸어 온 선조들의 지혜와 여유가 고스란히 깃든 절기다.

